우리 회사 앞에서 종종 보던 분인데, 눈 뒤집어지게 떡대 좋은 보안업체 기사가 있는 거야 (문제될까봐 업체명은 안적을게). 키 큰 근돼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보안업체라서 운동선수 출신 뽑나, 와 몸 진짜 좋네 하고 입맛 다시면서 지나쳐야만 하는 사람이었어.
얼마 전에 우리 회사 사무실 출입기기에 문제가 생겨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처음엔 원격으로 조치해준다더니 결국 안되는 거야. 그래서 기사를 당일에 바로 보내주겠대. 알겠다 하고 기다리는데 존나 이게 무슨 확률인 건지 회사 앞에서 몇 번 봤던 그분이 기사라고 온 거야ㄷㄷㄷㄷ
정신 무방비 상태에서 정면으로 딱 마주하니까 첨엔 좋다는 생각보단 당황스러움이 90%였어. 내 컴퓨터에 출입기기 관리 서버 프로그램이 설치돼있어서, 내 자리에 앉아서 이것저것 조치하는데 뒤에서 그 모습 보고 있으니까 차츰 당황스러움은 없어지고 눈으로 뜯어보게 되더라고ㅎㅎ... 아까 서서 봤을 땐 키가 이건 190cm는 되나 싶고 한 120kg 넘어 보이는데 운동을 겁나게 했었는지 몸이 빈틈 없이 꽉꽉 차 있는 거야ㄷㄷㄷ 뭐 막 처진 느낌이 아니고 되게 비현실적이라서 한참 봤어. 게이들이 많이 하는 짧은 머리는 아니었어도, 반곱슬 머리결에 길진 않아서 꽤 매력적이었고.
조치 작업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뒤에서 훔쳐보던 것들이 얼굴이랑 몸에서 핸드폰으로도 자연스레 가게 됐어. 근데 그 작은 제일 상단 아이콘들 사이에 어딘가 익숙한 알림 뱃지가 있더라고... 숫자 9ㅋㅋㅋㅋㅋㅋ 이거는ㅋㅋㅋㅋ 100퍼 게이구나?ㅋㅋㅋㅋ 그래도 땡잡았다 생각할 순 없었어. 나는 스탠인데 이 사람은 본인이랑 비슷한 체형 좋아할 수도 있는 거니까...?
조치해주고 나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설명해주는데 목소리는 너무 저음은 아니지만 좀 부드러운 중저음? 생긴 거랑 달리 좀 유순하고 조곤조곤 말해서 놀랐어ㅋㅋ 조치 다 해주고 아쉬운 맘으로 돌려보냈지......만 난 바로 9몬을 설치했어. 회사 다니면서 어플 삭제한지가 꽤 됐었거든. 아니나 다를까 위치 개가깝게 뜸ㅋㅋㅋㅋ 잘못 본게 아니었어 내 눈ㅋㅋㅋㅋ
혹시 모르는 조심스러운 맘에 프로필 사진도 검정색으로 걸은 채로 그 기사분 프로필을 열어봤고, 통스인 것도 너무 허무하게 나와버리더라구. 그냥 보내지 말고 말이라도 더 붙여볼까 싶더라. 아니 뭐 스탠 중에서도 난 식이 안되었을 수도 있고, 그런 생각들로 스스로 달래면서 연이 아닌갑다 했어. 왜 메시지 안보냈냐면 저렇게 피지컬 좋은 사람은 잘생긴 사람들만 만날 것 같아서 용기 안났달까...
근데 웃긴 거는, 다음 날 출입기기가 또 고장이 났단 거야. 같은 이유로 고장난 건 아닌 것 같고, 전날 그 사람이 조치해주고 간 사항 중에 잘못 건드린 게 있었나봐. 그래서 센터에 전화했더니 다시 기사 분을 보내주겠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럭키.....
혹시 다른 사람 오는 거 아닐까 하는 맘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분이 또 방문해줬어. 우리 회사 앞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건 그 사람이 근방 지역 담당 기사여서 그랬던 건가 싶더라. 또 내 컴퓨터 앞에 앉더니 생각보다 조치는 금방 끝났어.
근데 같은 이유로 또 작동 안되리라는 보장이 없고, 일단 내가 관련 담당자이기도 해서 각 사무실마다 같이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어. 우리 회사가 여러 층에 여러 개 사무실을 나눠서 사용하고 있거든. 내가 있던 사무실 옆 사무실도 작동되는지 같이 눈으로 확인하고, 몇 층 아래에 있는 곳도 확인하러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게 됐어.
사실 기사분이 다시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존나 맘으로 시뮬레이션 수천 번 돌린 말을 난 실행에 옮겼지. 엿봐서 죄송한데, 사실 어제 어플 알림 봤다고. 어플에서도 봤다고. 너무 잘생기셔서 그랬다고, 혹시 불편하셨으면 죄송하다고. 정색하고 진짜 불편했다고 할까봐 쫄았는데, 되게 멋쩍게 웃더니 아 그러셨냐고ㅎㅎ 이 일 하면서 이런 적 처음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나더러 되게 귀여우시다고 해주는 거야.
시바 뭐지? 매력 있으시다 뭐 이런 말 아니고 귀엽다고 하는 거면 뭐지 식 된다는 말인가 아닌가 뭐지 뭘까 무슨 의미야 뭔 뜻이지
혼란에 빠진 채로 내려서 회사 창고 겸 해서 쓰고 있는 마지막 사무실에 도착했어. 사실 여기라도 출입 고장 나서 더 있어주길 바랐는데 정말 잘 작동되더라ㅎㅎㅎ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이것도 인연인데 잠깐 얘기나 하고 가실 시간 되시냐고 물었어. 그 날은 이 사무실 아무도 쓸 예정 없는 거 난 알고 있었거든. 말은 진짜 고민하면서 뱉긴 했는데, 뱉기 전까진 되게 치밀하게 생각하고 시뮬레이션 했다구ㅎㅎ...
시간 잠깐 괜찮다는 말에 열린 문을 넘어 둘이 들어왔어. 혹시 어색할까봐 나는 무슨 말이라도 꺼내려는데, 이 사람이 존나 그 두툼하고 큰(진짜 개크더라) 손으로 슬쩍 내 손 잡더니 살짝 잡아당기는 거야. 생긴 거랑 다르게 덥썩 잡거나 확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서 의외이면서도, 그게 또 은근 귀여웠어. 내가 당황해서 아무 말 못하고 있는데,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아, 이거 싸인인가? 싶어서 나도 오케이 하는 싸인을 눈으로 보냈어.
냅다 벽으로 밀쳐져서 입이 포개졌어. 내가 외모만 보고 대체 무슨 선입견이 계속 많았던 건지, 생각보다 의외로 격하고 거칠게보다 부드럽고 섬세하게 키스해주길래 이게 또 은꼴 매력이었음... 보안기사 조끼 스르륵 벗겨지고 안에 셔츠 단추 풀어나가니까, 셔츠에 조끼 유니폼까지 입느라 더웠었던 건지 땀이랑 남자 냄새랑 올라오면서 진짜 취하게 섹시하더라.
근데 얄궂게 자기가 먼저 시작해놓곤, 사실 오래 못있는다고 여기서 더 나가면 안된다고 내 손 딱 막는 거야. 다음 스케줄 곧바로 있다고... 존나 밀당 시ㅂ... 알겠다고 내가 서운한 눈빛 지으니까 겁나 서윗하게 잠깐 또 키스해줬어. 뭐 아무리 아무도 안내려올 공간이라곤 해도, 나도 여기서 막 나가긴 부담스러웠는데 차라리 잘됐다 싶긴 하더라.
그렇게 번호 교환하곤 돌려보낸 뒤로, 더 이상 출입기기는 고장나지 않아서 부를 일이 없지만 밖에서 따로 만나는 중이야ㅎㅎ 연애는 생각 없대서 파트너로 종종 보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웬 횡재야. 뭔가 되게 신기한 경험이라 나만 알기 아깝고 해서 글 써봤어. 잠깐이나마 재밌었음 좋겠다. 그럼 이만 줄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