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일기장

2024.09.24 21:22

5년 연애한 남자친구와 결혼한 썰. (펌)

  • 익명게시자 오래 전 2024.09.24 21:22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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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6일 고등학교 신입생 때 처음 만나


2017년 12월 24일 친구에서 연인으로


2022년 5월 29일 연인에서 부부가 되었습니다.




동성애에 대해 관대한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아 축복이라고 생각한 날도 많았지만 그만큼 우여곡절들도 많았고 그랬기에 저희 사이는 지난 5년 여 동안이나 견고했고 굳건했습니다.




최근 몇 달간 채널에 결혼 소식 간간히 올리고 정말 많은 축하를 받은 거 같아 과분하고 그동안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연애 초기 시절부터 응원해주시고 결혼까지 골인하게 도와주신 양가 부모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턴 음슴체 쓰겠음




전에 언급했듯이 원래는 장인어른 별장에서 조그맣게 식 올리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공개커밍아웃이 됐고 또 어쩌다보니 일이 커지고 하객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골프장 하나를 통째로 빌렸음. 




해 뜨기도 전에 먼저 도착해서 의자 깔고, 예약해 뒀던 밥차까지 와서 음식들 싹 다 세팅하고, 주례 봐주시기로 약속한 같은 병원 교수님 (게이 유부남이심) 까지 오셔서 인사드리고, 눈 코 뜰새 없이 바빴음.




코로나도 풀리고 하니 마스크 안 껴도 됐고, 하객들도 많이 와서 풍성한 결혼식이 되었음. 나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친척들이 많지도 않은데다 같은 남자랑 결혼한다는 소식 듣고 손절 당한 친척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 또래 사촌들이랑 일부 어른분들 대부분 결혼식 와줬음. 




반대로 남편 앞으로는 친척 하객들이 엄청 많이 옴. 핸드폰으로 얼굴만 잠깐 본 사이였던 분들도 먼 곳까지 찾아와주셔서 축하해주시고 해서 정말 감사했음.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만큼 직장 동료들 전부 결혼하는 거 알고 있고, 안타깝게 바로 하루 전에 코로나 확진된 두 분 빼고는 전부 결혼식 와주심. 커피포트, 에어프라이기, 찻잔 세트, 그릇 세트까지 온갖 혼수 선물 받았고 심지어 교수님들은 아이패드 사주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식은 아침 10시쯤 시작했음. 서술한 같은 처지인 교수님이 주례봐주셨고, 신랑 신랑 결혼식이라 일반적인 결혼식이랑 다르게 그냥 둘이 같이 손 잡고 입장함. 그 50피트도 안 되어보이는 짧은 거리가 왜 그렇게 길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 긴장했는데 남편 손에서부터 느껴지는 심장 터질 듯한 소리에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싶어서 좀 안도했음




식 자체는 1시간 정도만에 끝났음. 마지막에 주례 끝나고 다 끝났구나 싶었던 참에 남편이 갑자기 허리 휘릭감더니 하객들 다 보는 앞에서 키스 질러버림 ㅅㅂ…




…근데 사실 나도 즐김 ㅋ 






그러다 서프라이즈로 병원 동료들이 축가 불러줌. 기억에 남는 노래는 dhruv의 double take 였던 거 같음. 그 노래 처음 들었을 때 가사가 딱 내 얘기같네 싶었는데 결혼식에서 들리니까 좀 울컥하더라.






그리고 끝나면 사진을 찍는게 정석. 카메라 필름 하나 다 써버린 것 같을 정도로 사진 진짜 오지게 많이 찍음. 남편이랑 나랑만 둘이서도 찍고, 양가 부모님끼고 찍고, 누나들까지 껴서 찍고, 친척들이랑도 찍고, 고등학생 동창들이랑 찍고, 병원 동료들이랑도 찍고, 뭐 사진 찍는 데만 30분 넘게 걸린 듯




사람들 준비해놓은 식사하고 있을 때 양가 부모님이 요청하신 대로 우린 기모노랑 한복으로 갈아 입고 사진 한 번씩 찍음. 기모노 살면서 처음 입어봤는데 생각보다 옷 입는게 꽤 복잡했음. 남편도 한복 처음입은 건 마찬가지였는데 개량한복이어서 입는데 애 먹진 않았음. 




사진 한 번씩 찍고 다시 양복으로 갈아입어서 우리도 배 좀 채우고 사람들한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도 한 번씩 드림. 이제 여섯 살 돼서 곧 학교 들어가는 남편 조카랑도 놀아주고, 남편 매형들이랑 같이 장인어른 장모님한테 인사드리니까 한미일 정상회담같다고 그러심 (첫째 사위 일본인, 둘째 사위 백인, 셋째 사위(나) 한국인). 




남편 큰누나 작은누나랑 우리 누나도 만나서 친해짐. 셋 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관심사도 비슷해서 언어 장벽 있어도 잘 통했나봄. 






그 뒤로 뒤풀이로 노래방 조짐. 고등학생 동창들 진짜 3~4년만에 본거 같은데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라 그런가 어색하지도 않았고 얘기 몇 번 하니까 며칠 전에 본 거 같았음. 




아침 4시 반 쯤 나와서 오후 4시쯤 결혼식 끝났음. 먼 길 오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꽃다발 한가득 받았음. 






저녁 시간 다 되어서는 우리 부모님이랑 장인어른 장모님 다 같이 모여서 우리 처음 상견례했던 그 때 그 일식집 가서 식사했음. 이젠 하도 자주 보는 거 같아서 서로 어색하지도 않고 좋았음 ㅋㅋ 아무래도 아버지들끼리 친하고 누나는 또 누나들끼리 친해지니까 더 분위기 좋았던 거 같음. 어머니들끼리도 사이 좋은 건 매한가지고 ㅋㅋ




신혼여행 얘기도 나왔는데, 남편은 물론이고 나도 한국 가본지 너무 오래돼서 한국으로 가기로 결정됨. 근데 코로나 시국이라 준비할게 여러가지라 바로 떠나지는 못하고 다다음주 중으로 가기로 됨. 엄빠랑 누나는 한국 다시 돌아가서 일해야하니까 셋이서 며칠 동안 미국 여행 좀 하다가 들어가겠다고 함.




저녁 다 먹고 식당에서 나와서 장인어른 장모님, 남편 누나들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엄빠랑 누나한테는 여행 잘 다녀오라고 배웅까지 해준 다음에 집 들어옴.






그리고 이 글 쓰고 있음.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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